빵집 주인은 자기가 정성들여 구워낸 따끈한 빵을 손님 앞에 내 놓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작가들은 신간이 나오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증정하는 특별한 기쁨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신문이나 잡지사에 들고 가서 신간소개를 부탁하는 즐거움도 보통의 즐거움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도 책을 낼 때마다 이런 기쁨과 즐거움을 톡톡히 맛보았다.
책을 받은 사람들은 대개 전화로 고맙다는 인사를 보낸온다. 사람에 따라서는 축전을 보내주거나 화분을 보내주기도 한다. 또 문학담당 기자들은 지면을 할애해 책을 소개해 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거기서 보이지 않는 힘을 얻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고맙다는 인사 끝에 꼭 첨가하는 말이 있다. ‘놀랍다’느니, ‘대단하다’느니 하는 인사가 그것이다. 그 인사 속에는 60이 넘은 나이에도 용케 책을 냈다는 말이 숨겨져 있다. 나이는 신문의 책 소개에도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어느 신문은 ‘60이 넘은 나이에도…’라고 노골적인 표현을 썼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동을 한다는 찬사의 뜻을 그렇게 한 것이다. 또 다른 신문은 나를 더욱 격려해준다는 뜻에서 ‘60대의 나이에도 현재진행형의 작가로…’라고 치켜세웠다. 신문만이 아니다. 책을 낸 출판사도 나의 약력을 소개하는데 ‘지금도 어린이를 위해 좋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고 했다. 모두가 좋은 의미로 한 말이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내용연수가 지난 물품쯤으로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웬지 씁쓰레했다.
나는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이럴 때 새삼 느끼곤 한다. 그와 아울러 우리 나라의 동화작가들이 60이 지나면 하나둘씩 붓을 놓는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한번은 어느 자리에선가 이런 나의 심정을 토로했더니 같은 또래의 작가가 그건 작가의 탓이 아니라며 주위의 탓으로 돌렸다. 출판사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만 좋아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출판사의 원고 검토도 나이 든 작가에게는 심적인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실토도 나왔다. 하긴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모처럼 준 원고를 되돌려 받는다는 것은 작가에게 큰 충격이면서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나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그 작가의 손을 꼭 잡고 우리 더 열심히 쓰자는 말로 격려를 했다. 그렇다. 나이가 결코 훈장은 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패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나의 글이 늙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올해도 나는 신간을 준비중에 있다. 원고는 이미 출판사에 넘긴 상태다. 한 권은 저학년 장편동화이고, 다른 한 권은 그림동화책이다. 내 깐에는 똑같이 재미있다 싶은 원고들이다.
나는 앞으로도 열심히 나이를 먹으면서 동화 쓰는 작업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래서 나의 동화책이 많은 어린이의 손에 들려져 군밤처럼 따근해지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들의 동생, 그 동생의 또 동생들한테서도 같은 사랑을 받고 싶다.
욕심은 또 있다. 이왕이면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손에도 가끔씩 들려져 행복해지고 싶다. 한 세상을 억척스레 살아내는 이 땅 어른들의 꺼칠한 손맛도 느껴보고 또 그들에게 작은 위로도 되어 드리고 싶다. 이것이 해마다 나이를 먹는 나의 유일한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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