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에서 개최되는 문화축제가 양적인 성장을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질적내용은 미흡하다. 지역 주민에게 문화욕구를 충족시켜 지역간의 문화교류로 이어지는 가교역할을 못하고 있다. 선심행사 또는 행사를 위한 행사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의 주체성도 문제다.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행사는 으레 자치단체 입맛대로 행사를 이끌려고 한다.
예산 지원을 빌미삼아 비전문가가 행사의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하기 보다는 전문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는데도 대개는 그러지를 못한다.
지역문화는 어느 한 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역문화는 지역주민과 호흡을 같이 할 때 비로소 생동한다. 자치단체의 관변문화는 이를 무시하려 든다. 그래서 지역문화인과 지역주민이 서로 유리되는 행사로 으레 예산 낭비만 가져오곤 한다. 지역문화가 열악한 환경에서 자치단체의 관심은 절대적이긴 하다. 그러나 관심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지원방법에 그쳐야 한다. 자치단체가 지원을 넘어 행사의 주체가 되어서는 이미 지역문화 행사일 수가 없다.
물론 외형상으로는 지역문화인을 내세우지만 문제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간섭을 일삼는데 있다. 지역문화가 지역주민과 지역생활에 융합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지역문화인이 앞장 서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시대에서 각 분야의 지역문화를 전문가가 아닌 관의 시각으로는 지역주민에게 충족시킬 수가 없다. 지역문화가 지역주민을 관객으로 이끌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관의 시각이 지배되고 있기 때문임을 성찰할 때가 됐다.
문화의 시대라고 말하는 21세기는 문화전문가의 시대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화의 전문가는 또 분야별로, 장르별로 실로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문화 전문가의 활동이 활성화될 때 지역문화 또한 비로소 활성화한다. 무한 발전을 추구하는 지역문화는 또 부단한 전승을 필요로 한다. 체계화되고 전문화된 문화예술 보급은 필연적으로 차세대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을 요구한다.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고 가치있는 문화를 물려주는 것은 곧 지역문화 인재양성에서 출발한다.
지역문화는 한국문화, 나아가 세계문화의 기초적 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치단체 또한 이같은 지역문화 인재양성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할 책임이 있다.
물론 차세대 문화예술 전문가의 배양은 문화예술인들 몫이긴하다. 하지만 삶의 질 향상은 물질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다. 풍요한 정신적 가치 생산 역시 삶의 질에 속한다.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자치단체가 지역문화예술을 간과하고, 차세대 문화예술의 인재 양성을 외면하는 것은 깊이 숙고해야 한다.
두말할 것 없이 지역문화인들도 자치단체의 관심을 이끌만한 수용의 자세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문화의 끊임 없는 자기 연마와 후진 양성의 노력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주체가 지역문화인인 것이다.
요컨대 자치단체와 지역문화인 및 지역예술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역할을 상호 보완하여야 진정한 지역문화예술을 발전적으로 창출, 보급할 수가 있다. 이렇게 돼야 고유의 지역문화예술축제를 통한 새로운 지역 에너지 효과의 기대가 또한 가능하다.
/김 정 자
(재)성정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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