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NGO/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수리산 자락인 군포시 속달동 ‘구릉터 당숲’. 매년 음력 10월1일이면 이곳에서는 어김없이 이틀 간 동제(洞祭)가 열린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마을 숲 대부분이 조상들의 민간신앙이 살아 숨쉬는 공간인 것처럼 속달동 ‘구릉터 당숲’도 이같은 민간신앙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숲은 조선 중기 문신 정재륜(1648∼1723)이 조선 17대 임금 효종의 다섯째 딸 숙정공주와 혼례를 올린 뒤 동평위라는 작위에 봉해지고, 1681년 부인이 죽자 지금의 속달동에 묘를 썼으며 자신도 죽어 이곳에 묻혔다.

또 숲의 가장자리에는 민속학적인 가치가 있는 당숲이 있다. 중부지방의 서해안 일대에 발달된 것으로 볏짚을 엮어 만든 작은 오두막집이나 축소된 산 모양의 ‘터줏가리당’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함께 숲 자체의 식생만으로 큰 가치가 있다.

백년에서 삼백 년 가량 된 오십여그루의 고목들이 우거져 있으며, 두 아름이 넘는 굴참나무, 200∼300년생 서어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 팥배나무와 신갈나무가 있고 경계에 개울이 흐른다.

마을주민들의 정신적인 지주로 있는 이 당숲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도유림 주변의 땅들을 소유한 외지인들이 들어와 양어장을 짓는 등 개발에 나서면서 당숲이 훼손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마을주민과 시민단체, 군포시의원 등이 광범위하게 참가하는 ‘구릉터 당숲을 지키는 모임’(가칭)이 결성됐다.

주민들과 어우러져 동제를 올리고, 주변의 사유지를 매입해 당숲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시작하면서 단순히 숲 자체의 보호를 넘어 지역주민간의 유대감과 숲과 땅의 소중함을 함께 일깨우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렇 듯 작지만 소중한 환경운동 속에는 항상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이 있다.

지난 97년 결성된 뒤 98년부터 벌여온 백운산 메디슨 미군기지 기름유출사건 해결을 위해 공동방제단 활동은 물론 경기도와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 5년째 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3차례의 한미협동조사를 비롯 경기도와의 민관공동조사에서도 불구하고 미군측의 기름유출로 오염된 토양은 여전히 오염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당초 미군측이 발표한 유출량이 757l라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오염이고, 의왕시가 그동안 40차례의 공문을 보냈으나 미군측은 단 한차례의 답변도 하지 않는 등 미군측의 태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달들어서도 다시한번 성명서를 내며 메디슨 미군기지 기름유출에 따른 대책을 호수하는 등 끈질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안명균사무국장은 “의왕시를 비롯 경기도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태조사를 벌였지만 미군측은 끝까지 모든 것을 은폐하고 있다”며“안양천의 시작이고 의왕시민들의 자존심인 메디슨 미군기지 기름유출 문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슨 미군기지 기름유출 공동대처를 위한 모임인 백운산지키기시민운동과 함께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은 경기지역 7개시와 서울시 7개구청을 관통하고 있는 안양천을 살리기 위해 21개 단체로 구성된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를 주도했다.

오염도 조사를 통한 지천별 문제를 진단, 자치단체에 하수종말처리장 설치 등 실질적인 정책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이에따라 안양시가 장기적인 계획으로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다른 단체들도 안양천 정화를 위해 조금씩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안양천을 살리는 기본적인 힘이라고 판단, 일상적인 주부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어머니 환경지도자 교육 참가자가 직접 어린이 환경교육을 맡는 성과로 나타나고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이 하천 정화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열린 안양천 따라 자전거 타기에서는 가장 오염이 심한 목감천의 물을 도지사와 부천시장에게 전달, 오염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적극적인 활동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학의천에 물고기가 돌아 오는 성과로 나타나는 등 안양권 환경문제에는 항상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이 그 중심에 있다.

이종만의장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시민 스스로 환경지킴이와 지도자가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의미있다”며“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고 살아갈 터전을 보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인텨뷰)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 대표 이종만

“학의천이 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안양천은 희망이 있습니다”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의장과 안양천 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이종만교수(안양대 교수)는 안양천의 복원을 확신하고 있다. 한강을 타고 지류를 따라 올라 온 물고기가 때죽음을 당하지 않고 안양천에 보금자리를 찾기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안양천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

▲안양천은 37km에 달하며, 유역주민만 5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기지역 7개시와 서울지역 7개 구를 관통하고 있다. 또 도심을 흐른 도시하천이라는 점에서 오염은 쉽지만 정화는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많은 자치단체를 관통할 경우 그 만큼 사업추진에도 어려움이 발생하는데.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에는 강서·양천 환경운동연합을 비롯 도림천 살리기 시민모임, 구로시민센터, 광명 경실련 등 21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 만큼 광범위한 단위에서의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안양천 살리기에 우선 순위를 부여한다면.

▲개인적이지만 하천 수질개선 작업은 상류부터 시작해야하고, 의왕시 청계사에서부터 백운저수지의 윗 부분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는데 메디슨 미군기지에서 유출되는 기름에 따른 오염제거는 시각을 다투는 문제다.

-자치단체의 도움이 결정적일 수 있는데.

▲당연하다. 시민들의 힘을 모으는 것의 상당 부분은 자치단체를 움직이기 위한 것도 있다. 안양시가 중심이 돼 안양천 관할 자치단체장의 모임이 만들어지고 하수종말처리장 착공 등 각종 긍정적인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시민과 자치단체가 함께 움직이고 만들어간다면 안양천은 조금씩 살아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광할한 지역과 시민이 참여하는 안양천 살리기 운동은 그 자체가 생명살리기라는 점에서 참여자 모두가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일상적인 활동을 장기적으로 펼쳐 주길 기대한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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