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친정과 시댁

오피니언/친정과 시댁

이춘섭(전주이씨종친회 수원시여성회장)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서구처럼 남편의 성씨를 따라가지 않는 고유의 성씨 제도로 인해 친정쪽 종친회 일을 보고 있다. 전주이씨종친회 제례를 수원서 모시는 모든 제례 절차의 실무를 도맡은지 오래다. 하다보면 느끼는 점, 배우는 점이 무척 많다. 무엇하나 소홀함이 없이 정성을 다 쏟다보면 이도 전래의 생활예술이란 긍지를 갖는다.

그러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시댁의 시선이다. 물론 드러내놓고 뭐라하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친정쪽 일을 보면서 남편을 비롯한 시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여자는 시댁의 귀신이 된다’는 옛말이 있으므로 출가한 여성이 친정 일을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한 여성에게 친정이 없으면 시댁 또한 있을 수 없다. 친정의 조상을 섬기는 정성이 곧 시댁의 조상을 섬길 줄 아는 정성이 된다고 믿는다.

친정쪽 종친회 일을 보면서 갈등 속에 느끼는 이러한 보람이 한국 여성상의 부덕의 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