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정도 고도의 기술이다
손병목(지방행정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우리는 일상생활에 기술이라는 용어가 산업사회에서 약방에 감초처럼 쓰임새가 많아 별로 생소하지 않지만 지방행정도 지역주민의 서비스를 통하여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고도의 기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종합행정을 수행하는 공직자이면 행정서비스가 일반적으로 통칭되는 기술에 비해 한차원 높은 고도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국민들은 자기 자신의 의무와 책임에 대하여는 적당히 넘어가면서 정치인과 공직자의 잘못에 대한 지적과 질타에는 대단히 준엄하다. 바로 정치인과 공직자의 수준이 주인인 국민의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치인과 공직자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도 아니고 신출귀몰하는 우주인도 아니다. 국민중에서 선출하거나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하여 선발된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만일 지연, 학연, 혈연에 의하여 정실로 뽑았다면 정치인과 공직자가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지방자치를 도입한지 벌써 2기를 지나 3기에 접어들었다.
지역 주민들은 그 지역에서 뿌리를 둔 주민이면 누구나 선출직 자치 단체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같은 선진국에서도 지방자치의 초기단계에는 JC회장, 상공회의소소장, 부동산업자, 건설회사사장, 약사회장 등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인사들이 대거 선출되었다. 그러나 지방행정과 지역경제를 이끌고 직접 부딪혀 본 결과 갖가지 일들이 쉴새없이 밀려오는 지방행정의 난이도를 경험하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특수한 영역으로 행정도 고도의 기술이며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그들은 깊이 인식하였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단체장이라는 권좌에만 매료돼 분별없는 행동을 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임기는 세월이 채워줄 것이고 본전 생각에 눈이 어두워 추악한 부의 축적에 혈안이 된 자치단체장의 추태를 심심찮게 보면서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웃나라 일본의 작은 도시 이즈모시에서는 지역유지들이 해외 원정까지 마다않고 경영과 행정에 경륜이 풍부한 이와쿠니 데슨도씨를 시장으로 추대, 많은 분야에 개혁과 혁신을 가져왔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개인 또는 집단이기주의에 얽매어 마치 앞문에 여우를 피하면 뒷문으로 호랑이가 달려오고 헝클어진 실꾸러미 속에서 한 매듭을 풀면 다른 매듭이 얽히고 설켜 그 고를 푸는 복잡한 지방행정을 얕잡아 보는 경우가 있다. 이미 체험한 단체장들도 후회하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척 하는 기만적 이중성으로는 종합행정을 한단계 높은 궤도에 진입시킬 수 없다. 지방자치 1∼2기에서도 이미 자치단체장의 추진능력과 미래 지향적 자치행정 기술의 우열이 검증되었지만 수준 미달의 단체장들은 적당한 속임수로 엄폐됐다.
그러나 이제는 단체장의 행정경험 미숙과 지역경제마인드 유무가 빨리 노출되어 우열의 편차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그때 후회하면 이미 때는 늦었다. 지방행정은 단체장의 경제적 능력과 정당의 인기에 따라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 고장의 발전을 위하여 열정을 가지고 불굴의 의지로 열린 마음과 투명성 확보가 상위순위에 자리할 때 발전한다. 정치인과 단체장들의 줄서기와 권력지향성에 따라 똑같은 원료의 금품수수가 결과는 정치자금과 떡값 그리고 뇌물이라는 제품으로 다르게 생산되는 사회에서는 형평의 질서와 승복의 윤리가 제대로 작동할리 만무하다.
행정가적 소양을 가지고 고도의 경영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진정한 CEO행정가로서의 단체장들의 분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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