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말 똑똑한 사람의 행동
양승본(영덕고 교감·소설가)
희랍시대 이야기 중에서 ‘프로쿠루테스’라는 괴물이 등장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는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잠을 재워준다고 하면서 숙소를 제공했다. 하지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침대의 길이 보다 나그네의 키가 작으면 늘여서 죽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잘라서 죽였다. 그래서 너무 주관적이고 이치에 닿지 않는 고집불통을 말할 때 흔히 ‘프로쿠루테스의 침대식’이라는 말을 빗대어 하기도 한다.
정말 똑똑한 사람은 논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이치에 닿지 않는 주장을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가끔 교통사고 현장에서 다투는 사람들을 보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다. 구경꾼의 입장에서 보면 그 목소리 큰 사람이 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방구뀐 사람이 성을 낸다는 말처럼 의외로 법적으로나 사실적으로 조사해 보면 그 큰소리 치는 사람의 잘못으로 판단이 나는 경우가 많을 때가 있는 것이다. 정말 똑똑한 사람은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언제나 빈 수레가 요란하고 얕은 물이 소리를 내며 덜 익은 벼이삭이 고개를 바싹 들고 서있는 것이다.
전철이나 버스는 물론 거리를 걷다 보면 휴대폰 때문에 몹시 불쾌할 때가 많다. 마치 자기 세상인양 소리를 질러대면서 통화를 할뿐만 아니라 그 통화가 너무나 길기 때문이다. 더구나 짜증나게 하는 것은 그 통화를 하는 자세가 너무도 떳떳하면서 대단히 으스대면시 잘난 척 한다는 것이다.
정말 똑똑한 사람은 휴대폰을 사용하더라도 사람이 많은 곳이나 공중이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물론 병원 같은 곳에서는 진동으로 해놓거나 통화를 해도 속삭이듯이 말하면서 그 통화가 매우 짧다는 것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남녀가 서로 얼굴을 만지거나 입을 맞추는가 하면 꼬옥 끌어안고 사랑의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정말 똑똑한 사람의 행동은 남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사랑의 행위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 식당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들어서자마자 재촉하는 사람들이 있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에 근거하여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리는 장소에서 종업원들은 정말 분주하게 일을 하는데 큰 소리로 종업원을 부르거나 주인을 찾으면서 호통을 치는 사람을 보게 되는 일이 종종 있게 된다. 자기네끼리 대화를 하더라도 목소리를 높여 근처의 손님들이 대화를 하기조차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손님이 왕이다’라는 것은 식당 쪽에서 알아서 지킬 일이지 그 식당을 사용하는 손님으로써의 큰 소리를 친다는 것은 아닌 것이다. 또 아무리 서비스를 하는 식당이라도 그렇게 안하무인(眼下無人)식으로 큰소리를 치면서 종업원인 주인을 부르고 삿대질까지 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정말 똑똑한 사람은 순서를 기다리면서 말을 하거나 부탁을 하더라도 조용히 하는 것이다.
줄을 서야 하는 곳에서 새치기를 하면서 고개를 바싹 쳐들고 으스대는 사람도 있다. 마치 새치기를 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는 꼴불견인데도 그런 사람은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어디 이런 예만 국한되는 것인가. 그 예를 들자면 너무 많을 것이다.
어떻든 정말 똑똑한 사람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지 않으며 목소리를 함부로 높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휴대폰 예절이나 남녀간의 사랑의 표현도 예의를 지키며 식당에서 호통을 치지 않는다.
정말 똑똑한 사람은 절대로 새치기를 하지 않으며 사회도덕이나 더불어 살아가는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말 똑똑한 사람들의 행동보다는 그 반대의 사람들을 보고 ‘참 똑똑한 사람이다’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네 탓이 많고 서로가 협동하기 보다는 언어폭력이 판을 치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은 그러한 착각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룩하기 위하여 정말 똑똑한 사람의 행동이 많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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