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형열풍 ‘얼굴에서 밀리면 안돼’
분당 고운세상 성형외과 원장 이병회
요즘 들어 주가하락이나 경기 침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외모를 가꾸는데 연관된 미용관련 산업의 매출곡선은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화장품, 향수, 헬스, 피부 및 몸매관리, 기능성 속옷까지 관련 산업의 분야도 다양하고 어린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고객층도 점점 넓고 두터워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뷰티(beauty)와 다운에이징(down aging) 산업은 21세기에 가장 각광받을 분야로 꼽힌다. 이런 추세의 가장 첨단에 있는 것이 신체 일부를 수술해서 아름다움과 개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미용성형수술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수치가 나와 있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남성 5만여명을 포함, 매년 40만∼50만여명의 남녀가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는다.
손상된 신체 부분들을 복원하기 위해 시작된 성형수술은 현대에 이르러 눈부시게 발달한 여러 의학분야들에 힘입어 질병 치료나 신체적 결함 복원이 아닌 미용성형이라는 새 분야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특히 우리나라의 미용성형은 외국 언론사에서 기사화할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재외 교포나 일본인들 사이에도 미용수술의 중심지는 한국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우리나라를 찾는 이들도 늘고있는 추세이다.
얼마 전 일본의 한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필자에게 인터뷰를 청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질문 요지는 왜 한국여성들이 그토록 성형수술에 관심이 많은가 하는 것이었다. 적당한 대답을 찾기위해 고심하다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말하는 것이 금기시되지 않는 분위기다. 또 한국여성들이 외모를 가꾸는 일에 대해 일본여성들 보다 적극인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말하지 못했지만 사실은 ‘얼굴에서 밀리면 안돼’ 라는 식의 외모 지상주의가 성형열풍의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이렇듯 성형수술이 대중화 되다보니 겨울 방학이 되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성형외과의 문을 두드리는 여고생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아이는 쌍꺼풀만 있으면 되나요?, 코를 좀 높여주면 어떨까요, 라는 등의 말을 들을 때면 치열한 외모경쟁사회로 뛰어들게 될 학생들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외모 콤플렉스를 성형수술을 통해 극복하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성형수술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더 예뻐지려면 어디를 수술해야 하나요’ ’제 얼굴 견적이 얼마나 되나요?’식의 질문은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형외과 의사는 의학적인 한계의 한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성형은 외과분야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특수 분야이다. 따라서 수술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믿음도 중요하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수술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더구나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형외과의사가 아닌 비전문의나 자격을 갖추지 못한 비의료인들이 여러 성형외과적인 시술을 하고 있고, 부작용도 늘고있다. 눈, 코 등의 간단한 수술을 넘어 안면윤곽수술이나 지방흡입수술 등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고 고도의 수술 테크닉을 요하는 수술들이 많이 행해지는 추세이다. 따라서 성형수술을 하고자 할 때는 적어도 수술을 하는 의사가 충분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인지의 정도는 확인해 보아야 한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자격이 없는 자에게 시술을 받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해결할 능력이 없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를 끝까지 돌보아 주겠다는 책임감이 없다는 것이다. 수술하는 의사와 수술 받는 환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책임감과 신뢰라는 관계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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