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구(안성시 부시장)
우리는 상품을 사면서 먼저 상표를 보게된다. 브랜드는 대상물을 상징화한다. 대상물에 붙어다니는 가치 또는 인상되는 생각, 그것이 브랜드다. ‘히딩크’하면 월드컵 4강신화, 네덜란드, 매너있는 신사, 붉은 악마 등 그와 관련된 많은 이미지가 연상되고 그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으로 연결된다. 그만큼 브랜드라는 것이 우리들의 생활과 밀접한 일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95년 지방자치시대가 본격 개막되면서 자치단체마다 자기 얼굴 알리기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농·특산품은 물론 그 지역의 특성, 전통을 이용한 각종 예술제나 축제가 전국적으로 800여개나 된다고 한다. 쌀만해도 안성마춤쌀을 비롯해 임금님표, 김포금쌀, 교동특미, 대왕님표, 갯벌쌀 등 수십가지가 넘고 포도·배·복숭아·고추·인삼 등 농특산품, 애니메이션, 영화제, 환경박람회, 바이오 엑스포, 꽃박람회 등 지역의 산업과 연계한 축제라든지 춘향이, 임꺽정, 논개 등 인물로도 지역을 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업의 브랜드기법이 자치단체에 접목되어 브랜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제품에 대한 브랜드 산업은 정착단계에 있지만 자치단체마다 농축산 분야의 브랜드는 아직도 기법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어느 지방의 농축산물은 제품의 고품질화는 등한시 한채 제품에 대한 브랜드의 난립으로 오히려 제품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떨어뜨려 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
앞으로 농업부문이 가장 문제가 되고있는 뉴라운드시대에서 우리 농축산업이 가야할 새로운 길은 스스로 개척하지 않으면 안되는 위기에 처해 있다. 2005년 1월이면 뉴라운드가 시작된다. 그동안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아오던 마늘, 고추, 쇠고기 등 일부 농축산물은 특화된 전략없이는 경쟁에서 당연히 밀릴 것이다. 품질에 자신이 있는 농특산품은 생산자나 농·축협 등 관련단체가 스스로 판로개척을 해야한다. 그래야만 경영감각이 높아지고 농축산업이 정부의존에서 벗어나 시장개방에 견딜수 있는 체력을 서서히 키워나갈 수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앞서기 위해 안성시에서는 농촌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략의 하나로 지난 99년에 ‘안성맞춤’브랜드를 상표로 등록하였다. 또한 안성맞춤 상표사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이를 지원하고 관리할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었으며 쌀 포도 배 한우 인삼의 특산품을 대상으로 적지않은 예산을 투입하여 브랜드 전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의 성과는 당장 눈에 보이거나 잡히는 것이 아니고 굳이 농특산품에 국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안성맞춤’의 이미지가 확고히 자리잡게 되면 대내외적인 파급효과는 수치로 환산할수 없을 만큼 큰 것이다.
이제 안성시가 추구하는 브랜드 전략이 서서히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쌀은 전국쌀품평회 2연패(99∼2000), 경기미쌀 품평회 대상(2001), 한우는 전국한우경진대회 브랜드 부문 최우수(2000), 전국축산종합평가 최우수(2000)를 수상했다. 이러한 성과는 생산자, 단체, 시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땀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안성시에서는 안성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도 ‘안성맞춤’브랜드 전략의 큰 줄기다. 바우덕이 축제가 지역민속축제로서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전국의 18개 축제의 하나로 선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우리 시민도 브랜드를 알리고 지키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브랜드의 가치는 지역시민이 가장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소비자들이 믿고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신용이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얄팍한 상혼보다는 ‘안성맞춤’이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품질이 좋고 규격에 맞는 농특산품을 만들어 내야한다.
농민들은 브랜드 및 품질관리를 위해서 생산기준이나 사양관리를 철저히 하여 브랜드가 요구하는 품질좋은 특산품을 생산하고, 농·축협 등 관련단체는 마케팅전략에 심혈을 기울여 제값을 받게하고 판매망을 확대해야 된다. 그리고 시에서는 품격있는 브랜드가 유지될수 있도록 홍보와 지원에 애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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