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인사 교류 大前
노충호의원(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인사(人事)는 萬事(만사)다.
예로부터 한 국가의 길흉화복(吉凶禍福), 흥망성세(興亡盛世)는 지도자의 사람 씀씀이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중·계파·지역 편중인사가 이루어져 朋黨(붕당)과 파벌(派閥)이 요직을 독식하던 시절에는 어김없이 나라가 어지럽고 백성들이 궁핍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잘 말해주고 있다.
얼마전 부(副) 단체장들끼리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 경기도청과 시·군 공무원을 매년 1차례씩 정기적으로 교류하기로 합의했다.
인사교류의 효과는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는 인재를 주고받아 각자 넘치고 모자라는 부분의 밸런스를 맞춰줌으로써 윈-윈(WIN-W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는 공직내부의 경쟁을 촉발시켜 조직이 발전되고, 셋째는 공무원들끼리 파벌과 붕당을 지어 단체장의 귀를 막고 요직을 독식하는 폐단을 차단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민선자치 출범이후 폭넓은 교류인사는 단 한차례도 단행되지 못했다. 원인은 단체장과 공무원 모두에게 있다. 인사를 선거 승리의 ‘전리품 (spoil)’ 정도로 여긴 일부 단체장들의 ‘관직사냥’이 인사교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교류인사를 빙자한 정적(政敵)제거 수단으로 악용했기 때문이다.
“임기 초에는 공무원을 믿을 수가 없었다”는 한 전직 단체장의 말대로 보수적인 공무원 조직을 단 시일내에 장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교류라는 미명하에 힘없는 공무원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빗나간 교류는 결과적으로 단체장과 공무원 모두를 우물안 개구리로 만들었다. 공무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자의든 타의든 눈앞에 이익만 좇아 ‘조직의 힘’과 ‘표의 힘’으로 맞선 결과 교류가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로 생각하는 기준(도 능력, 시·군-기여도)이 다른 점은 인정하지만 해묵은 우월 의식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공무원들이 인사교류의 폐단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직장협의회가 ‘우월한 위치에서 유리한 인사권을 행사해 왔던 부당한 관행을 고착화하려는 의도’라며 인사교류를 반대하고 나선 것도 어쩌면 공직내부 저간에 깔려있는 이같은 감정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조만간 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인사교류 협약서에 서명하면 도-시·군간 인사교류가 추진된다.
미국 ‘엽관제(spoils system)의 시조’로 불리는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은 선거유세때 “당선되면 사기꾼과 만년공무원, 애덤스(현직 대통령) 지지자들을 쫓아내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정작 잭슨이 자기 당 사람으로 갈아치운 관직은 10%에 불과했다. 그는 ‘모든 공직은 상식과 보통의 지성을 가진 모든 이들이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오랫동안 막혀있던 도·시·군간 인사교류의 물꼬가 트인 만큼 단체장은 사사로운 감정보다는 지역발전을 먼저 고려하고, 공무원들은 해묵은 감정의 옷을 벗고 우물밖 세상으로 나가려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번 인사교류가 상생(相生)의 효과를 가져와 시·군간 교류로까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