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없는 결혼식...

“오빠없이 홀로 결혼식을 치뤄야 하니 말문이 막힙니다”9일 오후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 중앙도서관앞 분수대 광장.

결혼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경찰에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된 전경인총련의장 김모씨(29)의 결혼식에서 신부 홍모씨(29)는 신랑없는 슬픔때문인지 연신 눈물을 훔쳤다.

홍씨의 기구한 운명탓인지 예식장 분위기는 여느 예식장과는 달리 어색하고 숙연했다.

신부의 어머니는 주례대에 신랑없이 고개를 떨군채 홀로 서있는 딸을 지켜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주례를 맡은 민족통일연합 오종렬상임의장(64)은 “주례를 500번이상 해봤지만 이런 결혼식은 처음”이라며 “결혼식을 위해 신랑에게 구속집행정지 허가라도 내줘야 했는데 아쉽다”며 말문을 열었다.

결혼식이 끝나자 참가자 280명은 버스에 몸을 실은채 김씨가 구속된 수원구치소로 향했다.

“성혼선언문을 함께 할수 있게 면담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세요”

홍씨의 애절한 부탁은 구치소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병력앞에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훼딩드레스 차림의 신부 홍씨는 “오빠 면회가 허락될때 까지 이 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라며 이날 늦은 밤까지 구치소 앞을 지켰다.

김씨가 현행법을 어긴 죄의 대가는 반드시 치뤄야 하지만 ‘나홀로 결혼식’을 치루는 신부의 모습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신동협기자 dh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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