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 마음은 과부가 안다’라는 속담이 있다.이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같은 처지에 있는 상대방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15일 집중호우로 인해 안양시에 많은 수해가 발생하면서 안양2동 이정이씨(53)가 지하방에 세들어 살던 모녀를 구하려다 안타깝게 숨지고 만 일이 있었다.
이씨는 정원까지 빗물이 차오르자 “모녀가 걱정된다”며 지하방에 내려갔다가 결국 두 모녀가 세들어 살던 지하방 문에 열쇠를 꽂은채 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자신의 생명이 누구인들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며,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의 마음 또한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살신성인의 정신을 안양시가 평가절하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 씁쓸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씨의 희생이 의사상자 선정에 적당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안양시에서 이씨를 의사상자로 선정하기를 꺼려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사상자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경우 의사상자에 포함하여 살신성인의 정신을 고귀하게 여기고자 함에 있으나,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아무튼 이씨가 희생된지 한달이 넘었다.
그리고 수해를 당한 피해주민들은 보상을 요구하며 시청과 구청사 앞에서 대안 없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하방에 세들어 살며, 지하방을 벗어나기 위해 한푼·두푼 아껴온 주민들에게 이번 수해가 가져다준 상처는 그들의 입장이 돼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물질적인 치유도 중요하지만 먼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적극적인 안양시의 행정이 아쉽기만 하다. /안양=구재원기자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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