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문화다

아내는 외출할 때 마다 4살 짜리 예희와 실랑이를 벌인다.밖에 나가면 화장실이 너무 더럽고 냄새나니까, 집에서 미리 소변을 뉘려고 하고 예희는 당장 급하지 않으니까 싫다며 버티는 것이다.

21세기 문화관광 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에는 반딧불이 화장실, 항아리 화장실, 전망좋은 화장실 등등 아름답고 청결한 화장실이 많다.

잔잔한 음악과 향수가 있는 화장실은 기본이며 공원에서 젖먹이 영아의 기저귀를 아주 편리하게 갈 수도 있다.

수원시는 누구나 불편을 느끼는 화장실을 개선하는 일이야 말로 문화관광 도시로 성장하고 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 이라고 판단, 지난 99년 화장실담당 부서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화장실 개선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처음엔 평당 화장실 신축비용이 1천만원 내외에 이르자, ‘청결하면 됐지 호화판 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에서 화장실 선진지로 평가하며 견학을 다녀 가고 있으며 관광객들로 부터는 ‘수원을 가면 편하고 기분 좋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한다.

지난 11일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 국내 최초로 화장실 전시관이 개관됐다.

처음 사업 소식이 전해지자, 수원에서 처럼 갖가지 비판이 쏟아졌다.

음식점에서 공원에서 화장실이 너무 불결해 간신히 참고 있다가 서둘러 귀가하는 등 곤란을 겪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 곳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리 없으며 다시 찾고 싶은 마음도 없을 것이다.

고양시는 국제무역관광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시의 외형이나 지리적 여건만으로 ‘방문하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없다.

화장실 개선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고양=한상봉 기자 sbha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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