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탁에 화석처럼 굳은 반질반질한 손때들 하며 금방이라도 선생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은 출석부, 교무실 화단 앞의 고개 숙인 채 찬바람을 맞고 있는 맨드라미, 풀 한포기 하나 정겹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40대 벤처기업인이 모교에 억대 장학금을 쾌척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인천고에 장학금으로 1억원을 기부한 화성군 동탄면 영천리 소재 ㈜케이엠더블유(http://www.kmwinc.com) 대표이사 김덕용씨(44·인천고 75회 졸업)는 요즘 빛바랜 졸업앨범을 뒤적이는 날이 부쩍 늘었다.
세상풍파와 씨름하느라 통 여유가 없다가 큰 맘 먹고 모교도 찾아 은사들도 뵙고 이젠 흰머리가 제법 난 친구들도 만나 회포도 풀었기 때문이다.
30여년만의 재회였다.
그의 ‘오늘’을 엿보기 위해선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기업에 잠깐 적을 뒀다 맨손으로 겁없이 회사를 차렸죠”
대우 등 대기업 연구소 근무를 통해 터득한 무선통신 부품과 시스템 등과 관련된 노하우가 자산이라면 자산이었다.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시작하다 보니 고난도 많았고 시련도 부지기수였다.
13평짜리 전세 아파트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지금은 이동통신 기지국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들과 계측기 공급업체로 우뚝섰다.
대학(서강대 전자공학과)을 졸업한 뒤 15년만에 찾아온 ‘단’열매였다.
최근 모교 후배들을 위해 학교측이 마련한 특강에서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젊은이의 요체는 벤처정신입니다. 모교 은사님들의 이러한 가르침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모교는 언제나 마음의 고향입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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