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대화동 성저마을에 사는 이해숙씨

“남들은 내가 좋은 일을 한다고들 말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어가는 데요”

고양시 대화동 성저마을에 사는 이해숙씨(41)는 매주 월요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지하철 네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일산병원에 나가 3시간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고등학교 3학년생을 둔 이씨는 몇년전 고아원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다 우연한 기회에 성공회에서 하는 ‘무지개 호스피스’교육을 수료하고 지난 2월 말 일산병원 제1기 호스피스 모집에 응시해 합격했다.

‘호스피스’란, 암말기 환자가 죽는 그날까지 곁에서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을 말한다. 긴 투병생활을 거치면서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 마저 지쳤고 병원에서 조차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때 호스피스가 나서서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다.

그동안 아프면서 서운했던 일, 평생 가슴속에 쌓아 둔 한, 지금껏 용서 못하고 있는 사람 등등에 대해 들어주고 때론 자기 생각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씨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호스피스가 자신의 넋두리를 들어주기만 해도 스스로 마음을 정리한다”며 자신은 “여러 사람의 생을 살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씨를 비롯한 호스피스들이 하는 일은 암말기 환자에게 말동무를 해주는 것 이외에도 병원 안내, 신장 투석중인 환자 돌보기, 꽃과 카드 전달하기, 환자 거동 돕기, 진료신청서 대신 작성해 주기 등 다양하다.

현재 일산병원에서 베이지색 조끼를 입고 활동하는 호스피스는 약 300여명. 90% 이상이 여성이며 이들 대부분 고양시민이다.

/고양=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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