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조차 모르던 남매의 극적인 상봉

“너 선희지 선희맞지”

“오빠. 오빠 왜 이제와”

지난 20일 광주경찰서장실에서는 23년간 서로의 생사여부조차 모르던 안광희(35·고양시 일산구 사리현동)·선희(32·광주군 실촌면 곤지암리) 남매의 극적인 상봉이 있었다.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한채 부등켜 안고 통곡하던 광희씨가 옆에서 울고있던 할머니를 가리키며 “이모다. 모르겠니”라고 말하자 “이모. 이모”하고 애절하게 부르는 선희씨에게 이모 조정순씨(63·고양시 일산구 사리현동)도 “그래 선희야, 이모가 잘못했다. 오빠를 원망마라. 너를 찾기위해 수십차례나 광주를 찾아왔었단다”고 말해 서장실은 또다시 울음바다가 됐다.

안씨 남매는 23년전인 지난 77년 광주군에서 살다가 부모의 이혼으로 당시 12살이던 광희씨는 어머니와, 9살 선희씨는 아버지를 따라가며 생이별을 하게 됐다.

“어머니가 살아 생전에 너를 그렇게 보고 싶어 하셨는데 작년에 그만 돌아가셨다”는 오빠의 말에 선희씨는 한동안 울음도 잊은채 멍하니 오빠를 바라보다 ‘엄마’를 부르짖으며 오열했다.

이들 남매의 만남은 지난달 28일 선희씨가 광주경찰서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산가족 찾아주기 운동’에 신청해 이뤄지게 됐다.

광주경찰서 이동선 서장으로 부터 그동안 헤어졌던 남매의 정을 듬뿍 느끼고 희망찬 내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라는 뜻으로 포돌이 손목시계를 받은 안씨 남매는 이서장과 직원들에게 수차례 “고맙다”고 인사한 뒤 “앞으로는 헤어지지 말고 살아가자”며 손을 꼭잡고 경찰서를 나섰다./광주=김진홍기자 j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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