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물꼬를 트기 위한 ‘큰 획’을 그었다고 생각합니다”
2일 냉전시대의 피해자 63명이 북으로 보내지는 한켠에 서서 또 다시 이별의 눈시울을 붉히는 비전향 장기수 대모 한지흔씨(53·민권공대위공동의장)의 소감이다.
0.75평 창살아래에 30∼40년동안을 갇혔다 세상 밖으로 나와서도 ‘빨갱이’라고 손사래하며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비전향 장기수들을 북으로 보내는 한씨는 그래서 감회가 남다르다.
분단의 아픔을 감싸안은 그녀는 자신들이 염원하는 곳으로 떠난 이들을 위해 과천 별양동에 ‘한백의 집’이라는 둥지를 틀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자활을 위한 중고물품 가게를 열어 주는등 그들과 늘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93년 북송된 이인모씨를 비롯, 한백의 집에서 생활했던 김은환(71)·안영기(72)·홍문거(81)·장호(82)씨 등 비전향장기수들과 함께 했던 시절을 아련하게 떠올리고 있었다.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을 주고 일하는 모습, 서로 나눔의 삶을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고 돌아간 분들이다”며 “고통스런 이야기는 하지 말자. 통일에 도움되는 희망적인 말만 하자”고 그분들과 약속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통일은 빨리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조금 더디 되더라도 진정한 통일이어야 한다”면서 “이념·사상·사람이 하나가 되는 그런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앞으로의 통일운동 방향을 내비쳤다.
과천 중앙동에서 ‘우리집을 못찾겠네요’라는 찻집을 운영하며 그 수익금으로 떠난 분들에게 도움을 준 그녀는 “‘그날’이 오면 간판이 ‘우리집을 찾으셨네요’로 바뀔것”이라고 말했다./과천=이동희기자 dh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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