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투쟁을 대원칙으로 하고… 투쟁은 최소 2주, 2개월 이상 각오한다’
의료계 재폐업 투쟁에 나서고 있는 전공의협의회 투쟁지침에 나오는 문구다.
모두 두건 12쪽으로 된 이 문건에는 “대통령은 물론 의협회장, 의쟁투 위원장의 언론상 발언도 일단 오보로 간주한다”고 전제한 뒤 “조장을 통해 전달되는 사안만 믿는다”고 밝혀 소속감도 거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지어는 ‘언론이나 방송의 선동에 조급하지 말라’고 적고 있어 언론을 자신들의 적으로 규정하는듯 했다. 전공의협의회는 동네 개원의와 함께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 강경투쟁 분위기를 주도하고 약사법 개정투쟁의 선봉에 있어 이 문건이 앞으로 전공의들의 투쟁방행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문건은 얼마전 열린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각 병원 회장들에게 뿌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내 한 병원 전공의는 “투쟁 지침의 문구하나하나가 마치 과거 한총련 학생들의 투쟁지침을 보는 것 같다”고 텁텁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전공의 1인이라도 구속되면 병원복귀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혀 자신들의 투쟁목표 달성을 위해 환자들의 건강은 뒷전으로 밀려난 인상을 받았다.
이와함께 ‘단위병원별 집행부는 PC방 또는 하숙집 등 몇개의 집행부 사무실을 확보’토록 유도, 이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폐업투쟁에 나서고 있는 지를 입증했다.
‘최후까지 비굴하지 않게 항전한다’는 내용에서는 마치 전쟁터에 나서는 병사들을 독려하는 장군의 참전사를 연상케 한다.
우리사회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의사들의 이같은 투쟁지침은 치밀하다는 평가에 앞서 운동권 학생들의 투쟁지침을 보는듯한 인상을 받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심규정기자 kjshim@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