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질나는 비

‘칠년대한에 비 안오는 날 없다’는 속담이 있다. 7년이나 계속되는 가뭄속에서도 감질나게 뿌리는 비는 있다는 뜻이다. 요즘의 비가 이런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감질나게 뿌리다보니 오나마나다. 저수량이 50%를 밑돈다니 당장 모내기가 큰 걱정이다. 수리시설도 비가 내려야 물이 고이지 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예전엔 이럴때 기우제를 지냈다. 기우제가 꼭 비과학적인 것만은 아니다. 산상분화란 기우제가 있었다. 제관들이나 마을사람들이 산봉우리에 장작 솔가지 등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밤에 불을 지르는 행사다. 규모가 가히 장관이었다.

비를 바라는 기원을 천신께 알리면서 양기인 불로 음기인 비를 부르는 것이었다. 여기엔 기압의 변화가 적은 밤중 고기압에 덥혀진 저기압의 충격이 비구름을 형성시킬 수 있는 과학적 이론의 근거가 있다. 조상들은 비록 과학으로 설명은 못했어도 경험상 과학적 주술을 올리는 지혜는 있었던 것이다.

조선조 실록에는 기우제에 관한 기록이 많이 나온다. 태종은 재위 18년동안 태종3년(1403년) 한해만 기우제를 지내지 않았을뿐 해마다 올렸다. 한해에 두세번은 보통이고 아홉번까지 올린적이 있다. 기우제와 반대인 기청제가 또 있었다. 여름철 장마가 심하면 제발 비를 그치게 해달라며 천신께 제를 올리곤 했다.

지금도 한해 끝에 수해가 닥쳐 ‘한해대책본부’를 ‘수해대책본부’로 간판을 바꿔 달때가 있다. 50㎜ 100㎜의 비가 내려도 시원치 않은 판에 5㎜ 10㎜씩 감질나게 뿌려 심히 안타깝다.

요즘같으면 예년보다 빨리 온다는 장마가 닥쳐 좀 시원하게 비를 뿌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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