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팔로 구두 닦지만 마음은 부자

김포시청에서 30년째 구두를 닦고 있는 장석만씨(50)는 비록 구두를 닦아 다섯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만 마음만은 부자다.

장씨는 초등학교 때 고향인 강원도 홍천에서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친구들과 함께 고철을 줏으러 들녁에 나갔다가 폭발물을 잘못 만져 오른쪽 한 팔을 잃었다.

넉넉지 못한 집안형편때문에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그는 어렵게 야간중학교를 졸업한 뒤 돈을 벌기위해 고향을 떠나왔다.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의 상처만 더해갔을 뿐이다.

그러다 그는 지난 70년 아내와 김포에 새 보금자리를 꾸몄다.

하지만 아는 사람 하나없는 낯선 타향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다.

몇날 몇일을 술로 보내던 그에게 마침내 일이 생겼다.

주위의 도움으로 경찰서와 당시 군청에서 구두 닦는 품을팔기 시작한 것이다.

30년째 구두닦기 품을 팔아오느라 이제 궂은 날이면 어김없이 한쪽 팔에 통증이 찾아오지만 그는 생사도 모르고 살아오던 어머니를 만났고 또,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앞을 볼 수 없었던 어머니에게 시력도 되찾아 주었다.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란 두딸도 아빠의 한쪽 팔 인생을 위로해 주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줬다.

아침에 일터로 나서는 그의 얼굴엔 큰 돈은 벌지 않았지만 힘든 인생을 꿎꿎하게 버텨온 넉넉함이 배어 있고 외팔위에 얹혀 있는 구두에는 오늘도 광채가 빛나고 있다.

/김포=권용국기자 ykkwu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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