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판관 포청천

몇년전 국내 TV방송사 프로그램중 중국 송나라 인종시대를 배경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백성들의 민의와 조정의 부정부패를 파헤져 명쾌하게 시시비비를 가려내면서 당대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판관 ‘포청천’이란 무협극화가 방영된 적이 있다.

물론 이 극화는 높은 시청율을 보이며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인 외화 시리즈중 하나로 기록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적잖은 교훈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최근 화성경찰서 직원들 사이에서 청문감사관 정종욱 경감(53)을 명판관 포청천으로 통칭되고 있다. 당초 일선 경찰서에는 과장직급의 청문감사관이 없었다.

이는 경찰청이 지난해 6월 경찰대개혁을 앞두고 도입한 제도로 경찰조직에 야기되는 문제점과 각종 사건처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민원을 청문감사관으로 하여금 여과없이 수렴, 원만한 처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됐다.

정 청문관 집무실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 오는 민원인들로 조용한 날이 없다.

무턱대고 자기주장만 외쳐대거나 생트집을 잡는 억지성 민원인들로 바람잘 날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정 청문관은 그의 얼굴에서 풍기는 순수한 인상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민원인들을 정성껏 맞이하며 이들의 항변을 끝까지 귀기울여 듣는다.

한번도 싫은 표정이나 짜증섞인 말투없이 민원인들을 대하는 그의 인내와 노력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문관실을 찾는 민원인들이 끝내 웃는 낯으로 돌아간다.

정 청문관이 지금까지 만난 민원인은 줄잡아 400여명에 상담건수만 해도 300여건이 넘었고 이같은 공로로 지난 18일 경찰대개혁 100일 작전 종합평가에서 행자부장관 표창이 수여됐다.

민초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명쾌한 판결로 시청자들에게 교훈을 남겼던 중국 무협극화가 보여준 명판관 포청천이 화성경찰서에 존재하는 것이다.

/화성=조윤장 <제2사회부> yj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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