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아들 잃은 슬픔 이웃애로 달래는 김만덕씨 부부

새벽 4시30분 첫 차를 타고 고양시 주엽동에 도착, 버스 정거장 가판대의 문을 여는 것으로 김만덕씨(57·여·고양시 백석동 흰돌마을)의 하루는 시작된다.

오후 1시 선천성 소아마비로 2급 장애인인 남편 김월성씨가 찾아온다. 지금의 가판대도 남편이 장애인이어서 얻을 수 있었다. 남편과 교대를 하고 나면서부터 김씨의 본격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같은 마을 영구 임대아파트에 사는 병약한 독거노인들을 도우러 가는 것이다. 어떤날은 병수발을 하고 병원까지 가서 치료가 끝나면 다시 집까지 모셔다 드린다. 차비를 아끼기 위해 백화점 스쿨버스 노선과 시간을 줄줄 외우고 있다.

“노인들은 아픈 데가 있어도 혼자서는 병원에 못 가세요. 보호자도 있어야 하고 참지 못할 정도가 아니면 아예 병원에 가실 생각조차 않하시거든요”

김씨가 독거노인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3년전 흰돌마을 4단지에서 2년간 통장 일을 맡으면서부터. 영구 임대아파트 단지라 유난히 독거노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마도 지난 84년 애지중지 키우던 두 아들을 잃었기 때문에 버려지다 시피한 노인들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각별했는지 모른다. 가슴이 미어져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두 아들은 물에 빠진 어린 아이 8명을 구하고 자신들은 결국 지쳐 익사했다.

현재 김씨가 후원금을 보내는 곳만도 소년의 집, 꽃동네 등 15군데나 된다. 보통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먼저 저축하고 남는 돈을 생활비로 쓰지만 김씨는 우선 후원금을 보내 어려운 사람을 돕고 난 뒤 남는 돈으로 생활을 한다.

“물려줄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남겨두면 뭐하나요. 남을 도울수 있을 만큼 저에게 수입이 있다는데 감사할 뿐입니다”/고양=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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