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건강해지려면 노인들의 풍부한 현장경험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고희(古稀)를 훌쩍 넘겨 여든을 바라보는 이봉춘옹(78)은 지난해말부터 새롭게 시작한 인생이 그가 살아온 역정보다 더 힘겹다.
어렵게 벤처기업을 차린 뒤 한 지자체에 밸브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한평생을 투자해 터득한 노하우를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40년전 설립한 회사(연합기계)가 IMF한파로 부도가 나면서 직원들과 어렵게 벤처기업을 창업한 게 지난해 11월.
평생 밸브를 제작해온 그가 이 분야 베테랑 직원 6명과 5천만원으로 남동공단 내 ‘ ㈜와이에이치’라는 초미니 회사를 차렸다.
마침 건설경기가 호전되면서 김포시로부터 향산배수펌프장내 밸브 공급건도 발주받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김포시가 펌프장용이 아닌 송수관로용 밸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긴급차단밸브는 송수관로가 지진 등으로 파열되면 유속을 감지해 자동으로 닫히는 밸브입니다. 지난 87년 특허청으로부터 실용신안등록출원공고까지 받았으나 일부 기술적인 결함으로 생산이 중단됐었죠. 노인의 의견이라고 듣지 않는 건지…”
그는 이처럼 기술상의 오류를 지적했는데도 김포시가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9년전 홍수로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일대가 물난리를 겪었던 까닭도 긴급차단밸브 오작동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주말도 잊은 채 특허청으로, 경기도로 뛰어 다니며 이를 호소하고 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