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의 몸짓과 이합집산

“초등학생도 반장선거에 출마시켜주지 않는다고 반을 옮겨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꼬집는 한 시민의 말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신념과는 달리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과거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창당을 선언한 민주국민당도 예외일 수 없다.

여기에는 공천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중진들, YS(김영삼 전대통령) 계보의 김광일 전청와대 비서실장, 정치재개 시점을 저울질하던 이수성 전총리, 홍사덕의원과 결별하고 청렴정치국민연합을 꾸린 장기표대표 등이 참여했다.

주류 정치에서 소외된 이들이 ‘반 DJ, 반 이회창’을 기치로 내걸고 한데 뭉친 것이다.

이들은 1인 보스중심의 정당하에서 공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전국정당화 등을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설득력은 적어 보인다.

대부분이 공천탈락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비주류 중진들이나 시민단체들의 ‘낙천자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민국당 대변인의 취임 제1호 성명에서도 “한나라당 공천은 대법관을 지낸 이회창총재의 최대 오심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이를 잘 말해준다.

더욱이 이들이 지금까지 자신들이 언급한 비민주적인 정당에서 공천을 받고, 지역감정을 토대로 정치생명을 이어온 장본인들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국 이번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지역감정에 편승,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시키려는 비주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로서는 이들이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이성(理性)이 지역감정으로 인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감정을 양분으로 자라온 우리 정치권과 이의 구태를 냉엄하게 심판해야 할 것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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