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하루 일정으로 강원도를 느끼고 싶다면 홍천에 가자.
말라 비틀어진 옥수수대 위에 쌓인 하얀눈. 뚝뚝 떨어져 잊을만하면 모습을 보이는 산자락의 농가.
공작산, 가리산, 계방산 등 병풍처럼 읍내를 둘러싸고 있는 우람한 육산. 여기에 스산한 거리를 질주하는 군트럭. 강원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홍천여행은 크게 읍을 기준으로 2개의 코스로 나뉜다.
인제방향으로 달리는 44번 국도를 타는 방법과 양양방향으로 달려 구룡령을 넘는 56번 국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강원도의 설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44번 국도를 타자. 신내사거리를 지나 철정검문소를 통과하면 가리산(1,051m)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홍천읍에서 인제방향 44번 국도로로21km, 두촌면 역내리에서 왼쪽 간선로로 5km 가면 휴양림에 닿는다.
‘가리’는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로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생겼기 때문에 예로부터 가리산 또는 가리봉으로 불렸다. 봄철이면 진달래가 만발한 산이다. 그러나 겨울에는 설화가 눈부신 아름다움을 뽐낸다.
희끗희끗 잔설에 덮인 마을길을 지나 가리산 휴양림 관리사무소에 들어서면 돌연 순백의 세계가 펼쳐진다. 통나무산장이 띄엄띄엄 자리잡고 휴양림을 둘러싸고 산봉우리들이 첩첩이 늘어서 있다. 산자락을 따라 하얀 눈에 덮인 채 우뚝우뚝 치솟은 낙엽송과 전나무 군락이 연하장속의 이국풍경같다.
휴양림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2시간30분 거리인 정상에 서면 소양호가 한눈에 펼쳐진다. 그래서 산악전망대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휴양림은 홍천군청에서 직영하고 있으며 숙박시설은 산막 7평 2동, 8평 7동, 16평 2동 등 모두 11동 13실에 침구와 취사도구, 난방시설 화장실이 완비돼 있다.
산막의 전면이 통유리로 탁 트여있어 방에 앉아 겨울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무리를 감상할 수 있다. 문의 0366-430-2657.
구룡령 방향으로 56번 국도를 타고가다보면 삼봉휴양림내에 삼봉약수가 있다. 옹기종기 붙어있는 3개의 약수봉에서 나오는 물맛이 각기 다르다. 툭 쏘는 사이다 맛이 있는가하면 피냄새같은 철분맛이 진한 것도 있다.
그러나 삼봉은 좀 먼곳이다. 오대산과 설악산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읍내에서 가볍게 겨울산사의 분위기에 젖어보고 싶다면 공작산(887m) 수타사가 제격이다. 수타사는 읍내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로 공작산 산자락에 고즈넉이 깃들인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708년)에 원효대사가 건립한 영서지역 최고의 고찰이다.
월인석보 등의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겨울철 이른 아침 산사마당에 들어서면 한얀눈에 덮인 사찰풍경이 청정한 기운을 더한다.
조금 출출한 기운이 들면 서석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보자. 솔티재터널을 지난 야트막한 고개를 하나 넘으면 강원도의 맛이 기다리고 있다. 김이 펑펑 오르는 옥수수찐빵. 지난해 8월 농수산물 가공업을 하던 김진택씨가 두메식품을 차리고 상품화에 성공, 강원도 진부의 안흥찐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