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편파 판정과 승부조작 등 부패가 만연됐던 대한레슬링협회가 10년만에 평온을 되찾았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중 ‘최고의 문제아’로 낙인찍혀온 대한레슬링협회가 26일 정기 대의원총회를 통해 수구와 개혁세력이 손을 잡아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한 것.
대한체육회의 중재아래 이뤄진 이번 화합은 외형상으로 양측 인사를 고루 기용한 것으로 보이나 내용면에서는 개혁세력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10년간 레슬링협회의 개혁을 주도한 이는 다름아닌 경기도 레슬링의 ‘대부’인 도레슬링협회 양원모 전무이사(54·국군체육부대 지도부장)로 체육인들로 부터 값진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고있다.
대한레슬링협회 감사로 재임하던 지난 91년 부패가 만연된 레슬링계의 대수술을 선언하며 시작된 양전무의 개혁작업은 지난 93년 부정부패의 장본인들을 몰아내며 종료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97년 천신일 현 회장체제가 구축되며 다시 승부조작과 심판 편파 판정 등으로 불신이 끊이지 않자 개혁을 촉구하며 3년여간 집요한 싸움끝에 마침내 새로운 집행부 구성을 이끌어 냈다.
이번 총회를 통해 이재영(30·전 국가대표), 김기정(40·군포시청 감독) 등 참신한 인물들을 이사로 기용하는 변혁을 가져온 양전무는 “더이상 심판들의 편파 판정과 승부조작 등으로 어린 선수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된다”며 “시드니올림픽에서의 메달획득을 위해 국가대표 코치진도 대폭 보강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전무가 개혁에 성공하면 집행부를 장악할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도 있었으나 그는 이번 개편에서 감사로 다시 복귀하며 명예를 회복, 그동안의 개혁조치가 개인적 욕심이 아닌 레슬링을 향한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입증했다.
불의를 보고는 참지 못하고 레슬링협회가 곧게 가기만을 바라며 지루한 싸움을 벌여온 한 경기인의 모습에서 스포츠인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다./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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