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의 대통령이냐 민주당 총재냐.”
최근 김대중대통령의 언행을 놓고 야당은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나도는 말이다.
지난 20일 새천년 민주당 창당대회에서 거듭 강조한 ‘선거법 87조의 삭제’,‘병역비리와 부정부패의 척결’, 안정의석 확보를 전제로 한 ‘남북정상회담 제의’ 등이 대통령으로서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주권행사 차원에서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87조의 폐지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당지도부는 물론 선관위까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급선회하는 모습은 석연찮은 구석이다.
특히 병역비리 근절과 관련 여권에서는 ‘공정하고 깨끗한 수사’등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를 순수하다고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 지난 17일 모방송사의 ‘ <특집> 대통령과 함께 21세기’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이미 총선출마를 선언한 김한길전청와대정책수석의 모습이 비쳐져 ‘선거법위반’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집>
4·13총선을 불과 80여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이같은 대통령의 언행이 총선승리만을 염두에 둔 ‘여론몰이’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당내 ‘공천물갈이’를 위해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거나 여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야당이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이 많은 만큼 ‘야당흔들기’ 또는 ‘표적사정’을 통해 총선정국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혹을 사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일당의 총재입장으로 국정을 운영할 경우 총선에서 정부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자칫 총재로서의‘총선승리’의지를 지나치게 내비침으로써 그 색이 바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이 열망하는 정치·사회개혁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대통령은 ‘정중동’의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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