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곳 대천 겨울바다

서울에서 기차로 2시간여. 마음 내키면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거리다. 그래서인지 대천의 겨울은 쓸쓸하지가 않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둘,셋씩 모여들어 겨울바다의 정취를 흠뻑 즐기고 돌아간다. 긴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 노을을 가르는 수상 비행기, 밤하늘을 수놓는 무지개 빛깔의 폭죽…. 대천의 밤은 그렇듯 수선스럽다.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운 여행, 대천으로의 겨울여정이다.

겨울철이면 충남 보령의 대천해변은 4km에 달하는 백사장이 사람으로 술렁인다. 노을을 배경으로 다정하게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이다. 밀려오는 파도와 나누는 아이들의 발장난도 귀엽다.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해변 군데군데 터지는 폭죽소리를 신호로 대천의 밤은 축제현장으로 바뀐다. 이때쯤 해변을 따라 쭉 늘어선 횟집촌의 네온등이 켜지면서 밤바다를 금새 환하게 밝힌다. 밤이 늦도록 도란도란 피어나는 사연들. 해변은 자정이 넘도록 잠 못이룬다.

개중엔 호젓한 겨울바다를 기대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침일찍 부지런을 떨어보자. 바닷물에 말갛게 얼굴을 씻은 백사장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은 처녀지마냥 낯선 산책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밤의 열기에 지친 듯 해변은 한낮이 가까워오도록 한적하기만 하다. 막 물이 빠진 모래사장의 촉촉한 감촉이 발밑에 기분좋게 와닿는다.

내친김에 차로 5분 거리의 대천항 쪽으로 향하면 그야말로 ‘좋은 아침’이 될 수 있다. 고기잡이 배들이 막 귀항해 싱싱한 생선들을 풀어놓는 항구의 아침은 생에 대한 기운을 살아나게 만든다.

대천은 한달에 두번 바다가 갈라지는 인근 무창포의 해할시기에 맞춰가면 한결 볼거리가 많다. 매달 음력 보름과 그믐사리(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가장 큰 시기)를 전후해 가면 해수욕장에서 1.5km 떨어진 석대도까지 바닷길이 열리는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다. 갈라지는 시각이 매달 조금씩 틀리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떠나는 게 좋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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