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훈법엔 서훈을 취소하는 규정이 있다. 공로사실을 허위로 조작하거나 일정 형량이 확정된 중죄인의 훈장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박탈이 가능하다.
그러나 훈장을 받은 이가 반납하는 규정은 없다. 법제정 당시 반납은 미처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훈장은 국가가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로운 포상이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훈장반납이 잇따라 일어나 주관부처인 행자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상훈법에 반납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훈받은 본인이 싫다며 되돌려 보내는데야 억지로 떠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8월 전 여자필드하키 국가대표선수였던 김순덕씨(성남)가 체육훈장 두개를 반납했다. 아들을 씨랜드화재 참사로 잃은 김씨는 ‘정부가 보인 무성의한 태도에 실망했다’며 훈장을 되돌려주고 뉴질랜드로 이민갔다.
훈장반납은 이밖에도 국민훈장, 무공훈장, 건국공로훈장 등에도 잇따라 무려 49명에 이른다. 전직교원, 국가유공자, 독립운동가 후손들인 이들의 반납사유는 대부분 연금과 관련된다. 비록 돈과 연관된 불만이긴 하나 일찍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훈장반납이 사태나는 것은 매우 주목되는 현상이다.
국가가 준 영예를 거부하는 훈장반납은 국가의 수모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에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에 돌아간다. 행자부는 전직교원에 대해서는 반납된 훈장을 해당 시·도교육청에 보내어 당사자들을 설득토록 하는 한편, 뒤늦게 반납규정의 제도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으로 실추된 훈장의 권위를 제대로 회복할 수는 없다. 정부의 시책결함이 이같은 불상사를 자초한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훈장반납을 결심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게 불만을 표출한 고충이 무엇인가를 헤아려야 할 것이다. 하필이면 ‘국민의 정부’들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훈장관리 하나 제대로 못한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더는 훈장반납사태가 일지 않도록 하는 자성이 있기를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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