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학산 일대의 역사유적과 중요 유물들의 보존이 위기직면에 놓여 있다는 보도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인천시가 문학산을 답사한 향토사학자들로부터 백제우물터와 함께 그 주변에서 선사시대 유물이 다량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도 수년간 이에 대한 고증작업을 벌이지 않고 방치하고 있어 보존되어야 할 우리민족의 유적 유물이 인멸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문학산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적 유물이 다량 발견되고 있는 역사유적의 보고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조 안정복(1712∼1791)은 ‘동사강목’에서 문학산 성내에 비류정(沸流井)이라는 우물이 있다고 했고, 김정호(1800∼1864) 역시 대동지지에서 ‘비류정’의 존재를 기록했다. 향토사학자들은 이에따라 수년전 답사를 통해 백제정이라고 불리는 우물을 찾아냈으며, 지난 93년
미추홀문화연구회는 백제우물터 주변 지표조사에서 선사시대의 빗살무늬토기와 그물추, 그리고 삼국·고려시대 추정의 도자기파편 수십점을 발견 인천시에 보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시측은 문화재위원 등이 1∼2차례 현장답사만 했을뿐 고증작업을 하지않았고, 백제우물터를 도로부지로 편입했다가 향토사학자들의 반발로 취소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우리민족의 유적 유물을 발굴 보존해야할 행정기관이 향토사학자와 학계가 발굴한 유적을 고증도 하지않고 깔아 뭉개려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인천시의 역사유적에 대한 무지와 무식견이 한심스럽기만 한 것이다.
시측의 무지로 인한 유물수난은 이것뿐이 아니다. 지난 봄엔 문학터널공사를 하면서 학산서원터의 표지석과 다량의 유물들을 흙과 함께 버렸고, 문학운동장 공사때도 삼국·조선시대의 각종 유물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다못한 향토사학자와 경기문화재단 학예사들이 10여점을 수거하기도 했다.
문화재와 역사유물은 조상의 숨결을 만나고 역사의 향기를 체험할 수 있는 민족문화의 자랑스런 유산이다. 이 소중한 국가의 문화적 자산이며 사료가치가 큰 유물이 무분별한 개발에 밀려 인멸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 당국은 유물발견지역에 대한 지표조사와 함께 발굴된 유물은 고증을 거쳐 보존관리에 철저해야 함은 물론 그 지역이 개발논리로 마구 파헤쳐지는것도 중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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