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로비도 ‘로비’다

옷사건은 마침내 김태정 전 검찰총장 및 법무부장관, 박주선 전 청와대법무관, 김 전 총장부인 연정희씨 등을 사법처리하는 단계에 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전혀 상관없다”던 사람들이 더는 사건의 배후인물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옷사건은 신동아 ‘구명로비’의 깃털에 불과하다. 단순히 옷사건에 그치지 않는 몸통접근이 필요하다. 신동아로비스트 박시언씨는 지난해 6·7월 김 전총장과 박 전 비서관을 수차 만나 최순영 회장의 구명운동을 활발히 벌였다. 나중엔 보고서 사본을 복사해 갔을 정도였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금품로비를 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지만 그같은 말을 믿을 수 없는 것이 그간 보아온 경험법칙이다. 신동아측의 금품로비가 확인될 경우 정치권까지 불똥이 튀어 일파만파로 번질 공산이 있으나 이를 두려워해선 안된다. 외화 유출혐의가 드러나자 학맥·인맥을 총동원, 구명운동을 전방위로 벌인 적이 있다. 외자유치를 구명카드로 제시하기도 했다.

검찰수사가 유보됐다가 재수사로 반전하는등 한동안 혼선을 벌인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옷사건이 나왔으나 사직동팀에 이어 검찰 또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한통속 종결을 지었다.

그러나 특검수사로 옷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건은 역순으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신동아로비의 실체를 벗겨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문책하겠다’(11월 25일)고 했다. 이에 앞서서는 ‘잘못 없는 것으로 수사결과 판명됐다’(6월 10일)고 했고, ‘마녀사냥식으로는 안된다’(6월 1일)고도 했다. 사태를 잘못 파악한 책임을 진실로 지고자 한다면 옷사건에 국한하지 않는 로비 전반에 걸친 지위고하 불문의 엄중 문책이 있어야 한다.

검찰은 우선 수사범위를 보고서 유출에만 국한하고 있는듯 하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검찰의 은폐수사에 대한 자체조사와 신동아 로비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 이는 실추될대로 실추된 만신창이의 검찰위상을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이며 국가기강확립의 길이기도 하다. 만약 이마저 잘못되면 검찰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맞게 될 것이다. 실패한 로비도 로비다. 실패했다고 하여 덮어두어서는 거센 국민적 저항을 면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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