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국회의원 수 감축 철회설로 세간의 세찬 반발을 사고 있다. 언론에서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미 높다. ‘의원정수문제는 국민대표성 차원에서 봐야한다’(국민회의 박상천 원내총무), ‘IMF를 겪었다고 의원수를 줄인 나라는 없다’(자민련 이긍규 원내총무), ‘공청회를 열어 더 논의해 봐야 한다’(한나라당 이부영 원내총무)고 했다. 여야가 사사건건 핏대를 세워가며 맞서는 마당에 국회의원 수 감축엔 한목소리를 내는 여야 3당 총무의 말은 새삼 일일이 대꾸할 가치가 없다. 명분이 서지 않는 집단이기의 극치에 불과하다.
명색이 나라와 민생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인들이 자신들 밥그릇 수 챙기기에 급급하는 것은 범부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아니, 국민적 고통을 분담한 장삼이사의 범부들보다 오히려 못하다.
정치권은 도대체 무엇으로 국민과 함께 고통을 나눴는가 묻고자 한다. 우리는 299명에서 10%에 해당하는 29명을 줄여 270명으로 하자는 여권의 선거법개정안에도 적잖은 불만을 가졌다. 시민단체에 따라서는 50명에서 100명까지 감축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은 IMF이전부터 팽대했던 국민적 불만이었다. 국회의원 1명당 연간 약 3억원이 들어간다. 무위도식하는 국회의원이 가뜩이나
많은 터에 30명만 줄여도 한 해에 천억원 가까운 국고가 절감된다.
정치권도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은 사실을 내심으로는 설마 부인하지 못할 것으로 믿는다. 정치개혁의 과제엔 여러가지가 있다. 선거구제, 선거방식, 정치자금법, 지구당존폐문제등 이밖에도 많다. 하지만 그 무엇도 국회의원 수 감축에 우선할 수는 없다. 정치개혁의 의지는 국회가 자신들 몸집부터 스스로 줄여보이는 것으로 시작돼야 한다.
우리는 선거구조정으로 기존의 선거구가 없어질 동료의원들 반발을 의식, 국민을 기만하려드는 과오가 더이상 없기를 정치권에 간곡히 충고해 둔다.
국회의원 수 감축은 이미 공론화된지 오래다. 여야는 그 어떤 이유로도 이를 파기하는데 자유로울 수 없다. 오직 이행만이 있을 뿐이다. 이의 이행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며, 또 국회의 권위와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야가 국회의원 수 감축 철회설을 공식입장으로까지 채택할 것으로는 믿으려하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추이를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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