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前 국회의원·일곱번째나라LAB 대표
“뉴욕은 너무 비쌉니다. 조란은 비용을 낮추고 삶을 더 편하게 만들 것입니다.”
세계 언론이 뉴욕 시장 예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란 맘다니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맘다니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시민과 언론은 거의 없었다. 2월에 지지율이 불과 1%에 지나지 않았던 맘다니는 6월 예비선거에서 43.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정치 거물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를 이겼다. 맘다니의 뒤에는 청년층, 진보층, 이민자들의 열광적인 지지가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맘다니는 민주당이 오바마 시대 이후로 지지를 잃은 젊은층과 소수민족 집단이란 전통적 지지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흥분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11월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맘다니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기득권층의 거대한 벽을 뚫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하와 조롱, 보수 언론의 폄하, 뉴욕 월스트리트의 공격, 상위 1%들의 거액 광고, 집주인들의 반발, 금융자본의 후원을 받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우려를 넘어섰다.
미국 언론들은 맘다니가 민주당에 등을 돌린 청년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했다고 분석했다. 또 세대교체에 대한 갈망과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를 모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미국 민주당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뉴욕시 아파트 절반에 대한 임대료 동결, 무상 시내버스 확대, 영유아 무상 보육 확대, 뉴욕시 소유 땅과 건물에 저렴한 식료품점 운영, 이를 위한 슈퍼 부자 증세 등 정책의 목표와 대상자가 선명하다.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비용'이라는 미국 유권자들의 핵심 의제에 다가가며 진보적 의제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불평등을 외면했고 맘다니는 불평등을 직시했다. 이 모습은 미국의 현재와 미래의 교훈이면서 동시에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미국 민주당에 주는 교훈까지 함축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아제모을루는 미국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두고 “트럼프 쇼크는 민주당 책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한국 정치에도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자 해법이다.
“민주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노동자들의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민주당은 디지털 혁신에 따른 변화(digital disruption), 세계화, 거대한 이민의 유입, 그리고 ‘워크’(woke) 사상에서 지지를 구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민주당에 투표하는 지지층은 제조업 노동자가 아니라 고학력층이다. 미국을 비롯해 어떤 나라든 중도 좌파 정당이 좀 더 친노동 정당이 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나빠지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뉴욕처럼, 아니 뉴욕보다 너무 비싸다.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72만원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인에게도 만만찮은 금액이다. 대학생들에겐 말할 것도 없다. 부동산 증여는 사회의 출발선을 계급화하고 있다. 부유세를 강화하고, 토지공개념을 제도화하고, 청년과 중산층의 주거권을 확대하는 등 도전적인 의제들이 논의돼야 한다.
맘다니는 대선에서 트럼프를 뽑았던 유권자를 찾아갔다. 그들이 호소하는 불평등을 캠페인 영상으로 제작했다. 일부 트럼프 지지층은 맘다니를 지지했다. 그들은 극우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안정과 희망을 찾아선 것이다.
상위 1%는 불황을 먹고 자라고, 극우는 불평등을 먹고산다는 말은 우리 모두가 아프게 새겨야 한다. 정치가 불평등의 비용을 낮추고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보이고 실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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