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3월 통관 수출은 전년동월비 18% 이상 증가하면서 월별 실적으로는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3월말 기준으로 수출 증가세는 17개월째 지속 중이고 두자릿수 증가율이 13개월 연속 이어지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GDP 속보에서도 금년 1분기 실질 수출은 전년동기비 9%의 높은 증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출 호조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부터 코로나 발발 직전까지 길게 이어졌던 수출 부진과 크게 대비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는 개발 연대 이후 수출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구조는 2009년의 세계 금융위기 이후 크게 변화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도 크게 낮아졌고, 특히 2010년대 중반부터 코로나 발발 직전까지는 (통관 기준) 수출의 절대 규모가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2020년말부터 코로나 침체로부터 경제가 회복되면서 수출도 빠른 증가세를 되찾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수출이 이제 코로나 이전의 부진과는 다른 기조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근 수출 호조의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눈 여겨 볼 것은 최근의 수출 호조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1년 우리나라 통관 수출은 약 26% 증가했는데, 세계 전체의 수출도 비슷한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최근 수출 호조가 세계 공통의 요인에 따른 것임을 가리킨다. 우선 첫 번째 요인은 코로나 침체로부터의 반등 효과이다. 코로나 확산과 더불어 급락했던 세계 경기가 2020년 말께부터 회복되면서 수출이 증가한 측면이다. 하지만 이 요인은 2021년 하반기 이후의 수출 호조는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수출은 이미 2021년 상반기에 코로나 이전 추세를 회복했다. 2021년 하반기 이후의 수출 호조를 설명하는 요인은 코로나에 따른 서비스로부터 재화로의 수요 이전을 들 수 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코로나로 헬스장 가기가 어려워지자 그 대신 홈트레이닝을 위한 운동기구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많은 나라의 통계에서 확인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도 수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수출 주력 제품의 하나인 석유화학이나 정유제품 가격은 유가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유가 급등은 이들 제품 수출액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수출 호조의 원인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운 성격의 것들이라 할 수 있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부진을 가져온 근본 원인인 선진국의 반세계화 여론이나 미중 헤게모니 분쟁은 여전히 확산 중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화를 더욱 후퇴 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디지털화 가속은 우리 수출에 유리한 구조적 변화이지만 앞의 부진 요인들을 상쇄할 만한 것은 되지 못한다. 아쉽게도 이번 수출 호조가 앞으로 길게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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