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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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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강산 '산山 내川 들野'] 우리나라 최초 배달음식 ‘효종갱’

조선 양반들의 속을 달래주던 해장국, 산성 안 전문음식점 현재는 카페 영업

여담

어느 현직 대통령이 청남대에 갔다가 구인사 나들목에 있는 금강식당 산채도토리쟁반냉면이 맛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이 음식을 배달시켰다. 식당에서는 정성을 다해 음식을 장만하여 단양 영춘에서 청주 청남대까지, 그 먼 거리를 택시를 대절해서 배달했다. 구인사는 충북의 동북단이고 청남대는 서남단으로 같은 충북 땅이지만 몇 백리 길이다. 그런데 이 음식을 배달받은 쪽에서는 달랑 음식값만 줘 보냈다. 이 대통령은 퇴임 후, 재임중에 수천억이란 천문학적인 돈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밝혀져 감옥살이까지 ?다. 참으로 기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는 2막으로 넘어간다. 다음 날, 또 한번 같은 음식을 주문해 왔다는 것이다. 식당주인(이남규·김순희)인들 감정이 없겠는가. 지금 우리 식당에는 왕(王)대접을 받는 손님들이 많아 배달은 할 수가 없다. 이 음식을 꼭 드시겠다면 우리 식당에 오셔서 드시라고요. 식당주인이 대통령 측의 음식주문을 단호히 거절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엉뚱한 곳에서 불똥이 튀었다. 바로 군청직원들이 사색이 되어 식당주인에게 애걸복걸 배달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엄연한 실화다. (산따라 맛따라 02. p213)

조선말기의 문신이자 서예가 최영년(1856~1935)이 1925년에 지은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광주 성내사람들은 효종갱을 잘 끓인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효종갱(曉鐘羹)은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쇠갈비, 해삼, 전복에 토장을 풀어 온종일 푹 곤 해장국이다. 밤에 국 항아리를 솜에 싸서 한양(서울)으로 보내면 새벽종이 울릴 무렵에 재상집에 도착한다. 국항아리가 그때까지 따뜻하게 보온되어 해장에는 더 없이 좋은 음식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 1800년대에 등장한 효종갱은 양반들의 해장국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한자로 새벽 효(曉) 쇠북 종(鐘) 국 갱(羹) 자로 ‘새벽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뜻이다.

2021년 2월, 지금은 ‘코로나19’라는 ‘악마’로 전국이 ‘배달음식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음식점에 가서 먹었던 음식들이 가정으로 배달되어 가정에서 먹고 있다. 남한산성 안에서는 2019년 11월까지 효종갱을 전문으로 차려 내던 음식점이 있었다. ‘고향산천’이라는 간판의 음식점에서 성백일-김명주 내외가 이 음식을 1인분 1만2천원으로 차려 냈는데, 음식값을 더 이상 올리기에는 무리라 이 값으로는 영업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내외는 같은 장소에서 ‘여담’으로 간판을 바꾸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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