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첩’에 새긴 절절한 사랑
혼인 예순돌 맞아 회혼례 기념 부인에 대한 마음 ‘회근시’ 선물
유배땐 하피첩에 자식사랑 가득 가족의 소중함 일깨워 ‘감동’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리마인드웨딩이 진행됐다. 조선시대 선조들은 회갑과 같이 결혼 60주년을 기념해 다시 혼례를 치루는 ‘회혼례’를 진행했다.
다산 정약용도 회혼례를 기념해 부인 홍씨에게 ‘회근시’를 지어 선물했다.
‘육십 년 세월 돌아 순식간에 흘러왔네/풍성한 복사꽃의 봄빛 신혼 시절 같다./살아서 이별하고 죽어서 헤어지니 늙음을 재촉하네/슬픔음 짧고 기쁨은 많으니 임금 은혜에 감동하고/이 밤의 목란사 소리가 더욱 좋구나/오래된 하피엔 아직 먼 흔적 남았네/헤어졌다 다시 합한 것, 참으로 나의 모양같으니/합환주 잔을 들어 자손에게 준다.’ 1836년 음력 2월 결혼 60주년이 되기 3일전에 지은 이 시는 다산의 유작이기도 하다.
시에 등장하는 ‘하피’는 신부가 입던 예복을 뜻하는 말로 다산의 부인인 홍씨의 치마를 비유한 것이다. 홍씨는 다산이 유배를 떠난지 7년째인 1807년 남편을 그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자신의 시와 함께 자신이 시집 올 때 가져온 보내준 비단 치마를 보냈다. 다산은 부인에게서 받은 비단 치마에 두 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글을 편지로 적었고, 이것이 바로 2010년 보물 제1683-2호로 지정된 ‘하피첩’이다. 하피첩은 다산의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엿볼 수 있게해 오늘날에도 부부애이자 가족애를 상징한다.
아내에 대한 다산의 사랑은 생전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옷자락 뿌리치고 길을 떠나 가물가물 들을 넘고 물 건넌다/표정이야 비록 씩씩한 체해도/마음이야 나라고 다를 수 있으랴’라며 아내를 두고 유배지로 떠나야 하는 슬픔을 말했고, ‘어느 때나 한방에서 우리 사랑 이뤄볼까/그리워 말자 그리워 말자/슬프구나 꿈속에나 볼 그 얼굴’이라고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호상에 만춘 계절이 당도하니/보이느니 꽃은 지고 새잎이 돋아/꽃구경하며 잔치하던 일 생각나서/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네’라며 아내와의 추억을 노래했고, ‘내 생각 하고 있을 그대 떠올리며/비록 누웠지만 곧 잠에서 깨고/내 생각 하고 있을 그대 떠올리며/해뜨는 새벽부터 해지는 저?까지”라고 아내에 대한 변치않는 사랑을 고백했다.
김형섭 문학 박사(남양주시립박물관 학예사)는 “다산 선생이 유배지에 도착해서 처음 쓴 편지에는 아내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었다. 유배지에서도 남편, 가장,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면서 “황혼의 이혼은 늘어가고 가족의 소중함은 약화되는 이때, 다산의 부부애는 큰 깨우침을 준다”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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