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민인 필자로서는 마음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화옹지구에서 지인들이 살고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현재 수원화성 군공항으로부터 내가 살고 있는 권선동까지의 거리(2.5km)보다 훨씬 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엔 일상생활에서 비행기의 소음으로 방해받는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수원화성 군공항 활주로 이·착륙방향이 남북방향인데 반해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은 동쪽방향이기 때문이다. 예비이전 후보지로부터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지인들이 소음피해를 입을까 걱정한다니 어디서부터 이런 소문이 시작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현재 수원화성 군공항의 경우 활주로 옆에서 고스란히 소음에 노출되어 있는 주민의 수는 수원은 20만명, 화성은 6만명 가까이 된다. 국가에서 소음피해 보상액으로 지출된 배상액은 1천500억원에 이르며, 소음피해에 대한 강화된 규정을 적용한 법령이 국회에 계류 중임에 따라 앞으로 배상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때문에 신규 군공항은 87만평을 소음완충지역으로 모두 매수하여 공항 가까이에 일반 시민들이 거주하지 않게 한다고 한다.
특히, 비행기는 이·착륙 시에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데 지난 달 26일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바닷가에 위치한 강릉이나 서산 군공항처럼 화옹지구에 군공항이 입지하게 되면 바다를 향해 동-서로 활주로가 생길 것이라고 한다. 이 경우 소음에 노출되는 면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화성시의 일부 정치인들은 과거 소음대책이 열악했던 매향리 사격장을 사례로 들며, 군공항이 이전 할 경우 그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군공항 이전은 마지막 남은 개발가능지역을 확보하기 위해 화성시를 희생양 삼아 수원시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사업이라며 지역감정을 조장한다.
어느 순간 이 논쟁에서 정작 수원화성 군공항 활주로 바로 옆에서 소음과 사고발생의 불안감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은 배제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수원시가 문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해결해 보자고 운을 띄우는 것이 문제 있는 행동이 돼버렸고, 피해지역 주민들의 희망은 이기적인 욕심이 되었다. 정확한 정보제공도 없이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피해자인 수원시민들을 비난하게 만드는 이 사태가 누군가에겐 치적이 되어 빛나는 한 줄의 경력사항이 될지도 모르겠다.
수원시가 화성시보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임을 이용해 수원시는 가해자고 화성시는 피해자라는 식의 프레임 씌우기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 진정으로 시민의 의견을 대변한다면 감정을 자극해 여론몰이를 할 것이 아니라, 수원화성 군공항 이전문제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토론을 통해 슬기롭게 풀어가는게 순리일 것이다. 먼 발치서 볼 때 물 표면만 때리고 있으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결코 목적지에 도달 할 수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광재 군공항이전수원시민협의회 사무총장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