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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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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스케치여행] 남한산성 행궁

남한산성 자락에 널따란 후원을 거느린 행궁이 있다. 임금이 궁궐을 떠나 도성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거처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 행궁이지만 남한산성 행궁은 1626년 전란이나 내란 등 유사시 후방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 까지 도성의 궁궐을 대신할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인조는 1632년 병자호란이 발생하자 남한산성으로 피난하여 47일간 항전하기도 했으며, 우리나라 행궁 중 종묘와 사직을 둔 유일한 행궁으로 임시수도의 역할을 수행한 곳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 신청된 이 고즈넉한 궁전은 보호수로 지정된 멋진 느티나무들이 궁궐 안팎에서 호위병처럼 서 있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벌써 달력 두 장이 바람난 봄 처녀처럼 떠나갔다. 행궁 앞 식당에서 산채 비빔밥에 곡주 한 잔 들이킨다. 왕 없는 빈 방의 일월오봉도가 외로웠다. 청나라 병졸 무엄하던 그 옛날 하늘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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