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유네스코로부터 ‘2015년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k Capital 2015)로 선정된 것이 겸연쩍고 부끄럽기까지하다.
우리 선조들은 옛날 서당에서 책을 떼면 후학들에게 그 책을 물리는 것이 관례였으며 ‘책거리’ 또는 ‘책씻이’라고 해서 학동이 천자문(千字文)이나 소학(小學)과 같은 책 하나를 다 마치면 함께 축하해 주는 풍습도 있었다.
그만큼 책 읽기와 책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책에 대한 인식과 독서문화가 최근 크게 변화하고 있다.
‘독서’가 교양과 인격함양, 사상과 철학을 알고 탐구하려는 것에서 떠나 경제, 축재, 처세, 사업 등 생존경쟁에 필요한 실용적인 지식을 획득하는데 치중돼 가고 있는 것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행된 신간 도서는 6천840만권으로 지난 97년의 1억8천707만권과 비교할 때 고작 37%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신간 도서 중 철학분야의 감소율이 44.3%나 되고 사회과학이나 예술분야 감소율도 6%대에 이른다고 한다. 또 지난 96년 5천378개였던 전국의 서점이 지난해에는 3천459개로 크게 준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나 비디오 등 영상 매체의 발달로 독서인구가 지속적으로 준데다 인터넷 서점의 확산 등으로 책의 유통과정이 종래와 크게 달라진 것이 책방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있다.
책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소중한 지적 도구의 하나이며 인류의 지혜를 전수하는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제한적인 삶을 사는 인간에게 영원을 수용할 수 있는 가장 은혜로운 장치가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은 작자와 독자가 일대일로 만나는 방법이다. 많은 독자들을 의식하지 않고도 작자의 사상, 철학, 학문, 문학세계를 전달할 수 있다. 지적인 깊이와 정신적인 희열을 안겨주는 것은 표피적인 영상물이 아니라 책이라야 가능하다. 가장 가치있는 지식 창조와 전달방법은 책에 의해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인터넷으론 한계가 있다.
국민의 독서량은 국제경쟁력이며 문화역량의 척도가 된다. 독서를 함에 있어서도 양서를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 입시성적이 출세를 좌우할지 몰라도, 참다운 인간을 만드는 것은 책이 아닐 수 없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지자체는 책읽는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문화창조와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첩경임을 명심하고 공공도서관을 확충해야 한다.
현재 전국 공공도서관의 수는 400여개이다. 우리 나라 인구에 비례해 보면 4천700만명 기준으로 공공도서관 1개소당 11만7천500명에 포함된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선진국들은 앞다투어 막대한 경비를 들여 지역 주민이 원하는 양서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적극 마련하고 있다.
영상시대라고 해서 책을 외면하는 풍토가 돼선 안된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신념을 지니고 공공도서관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책 읽는 사회만이 선진문화국을 만들 수가 있다.
인천의 세계 책의 수도 선정은 지난해 11월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와 함께 인천이 국제ㆍ문화 도시임을 대내외에 보여준 쾌거다.
시민들은 책의수도 선정을 계기로 책읽기를 생활화해 선진시민으로 한단계 도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일광 인천본사 본부장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