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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모곡(思母曲)을 아시나요

얼마전 인기아이돌 출신의 30대 가수가 부른 ‘사모곡(思母曲)’이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며 큰 화제가 된적이 있다.

모방송에서 가요계 대선배의 노래를 각색하고 자신의 히트곡까지 가미해 부른 이 노래를 접한 이들은 북받쳐 오르는 가슴저림을 느꼈을 것이다. 살아 계시거나 이미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애잔하고 애틋한 맘이 노래 한 곡으로 표면화된 것이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이 노래는 당당히 경연을 통해 우승을 차지했고, 곧바로 인터넷상에 효도와 연관된 주요 내용으로 소개될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TV에 나온 노래 한 곡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대한민국의 효심이 흔들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순수함이 배어난 효심은 어두운 그늘 아래 음지에 있는 상당수의 부모에겐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이다.

어두운 뒷면에선 효심도 선물포장지 같은 화려한 겉모습일뿐 직접적인 행동으로 옮겨가기에는 역부족인 듯 싶다.

언제부터인가 사회 곳곳에서 폭행, 감금, 무관심 등 다양한 형태로 부모에 대한 패륜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80대 노부부의 사연은 무너지는 전통적 효도관을 여실히 느끼기에 충분했다.

두 아들이 있는 이 노부부는 알코올중독에 빠진 큰 아들에게 잦은 폭력과 무작정 집을 나가라는 폭언을 3년째 들어왔다. 그렇다고 노부부는 아들을 경찰에 고발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패륜 행위는 경제적 빈곤의 이유로 술독에 빠진 큰 아들이 갑작스럽게 돌변한 이후 빚어졌다. 게다가 폭력과 폭언을 견디다 못해 둘째 아들집을 찾아간 이 노부부에게 돌아온 건 “무조건 나가라”는 며느리의 싸늘한 거부였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는 이같이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자식들에게 정서적 학대나 방임, 신체적 학대를 당하는 노인들의 가슴아픈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최근 발간한 ‘노인학대현황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전국 24개 노인전문기관에 노인학대와 관련해 확인된 학대사례는 무려 3천441건에 이른다. 학대 유형으로는 정서적 학대(40.0%)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방임(25.4%), 신체적 학대(15.5%) 등 갖가지 방법으로 노인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따로 있다.

노인들을 상대로 한 학대 행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아들과 딸, 며느리 등 피를 나눈 친족이라는 점이다.

특히 과거 남아 선호사상에 큰 자랑으로 여긴 아들이 무려 1천777명(46%)이었으며, 딸(538명)과 며느리(263명)도 상당부분 차지하는 등 평생을 바쳐 정성스레 키운 자식들에게 받는 무차별적인 학대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번 조사결과는 5년전과 비교해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 전통적인 효도관이 무너지는 현상이 급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붕괴현상은 급속한 핵가족화는 물론 개인주의와 경제난까지 편승하면서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완벽하게 막지는 못하겠지만 각종 대안책을 동원하면 조금이라도 줄여 나갈 수 있다.

과거에 자식에게만 의존하던 효 개념에서 벗어나 사회변화에 걸맞은 효도관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또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가득차야만 한다는 기존의 가정관도 시대에 맞게 변모될 필요성도 있고, 세대간 벌어진 갈등의 봉합을 위한 사회전반적인 대책도 요구된다.

이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걸맞는 노인복지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도 부모와 자식간에 벌어지는 패륜행위를 막을 수 있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허나 가장 중요하게 깨달을 건 다른데 있다. 노부모 알기를 하찮게 여기는 몰지각한 자식들도 언젠가는 늙고 힘없는 노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용성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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