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짓이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이런 모습은 도민의 불행이다. 예산에 관한 편견은 가히 소아병적 수준이다.
경기도의회 예결특위에서 한창인 낭비성 추경의 논란은 김 지사의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 기구확대는 주민부담의 가중 요인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도 취임 벽두에 시작한 첫 번째 일이란 게 고작 기구를 늘리는 일이었다. 이런 말을 들었다. ‘서울시만큼 기구가 커져야 한다’고 보는 게 도지사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면 졸렬한 생각이다. 예컨대 팔당호 문젠 도지사 산하의 무슨 본부를 두기보단 관련 시·군끼리 지방자치법상의 (팔당호)조합을 구성케 하는 것이 순리다. 더욱 시급한 것은 팔당호 관리의 일원화 체계다.
제3별관 신축 문제도 그렇다. “청사 이전까지 6년간 대체 임대료 5억5천400만원으로 해결할 일을 100억원 대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김옥이(한) 박덕순(민) 의원의 질타는 열번이고 마땅하다. 제3별관 안은 원래가 폐기된지 오래다.
뜬금없는 도지사 공관 음향시설은 무슨 소린지 황당하다. 도지사 부인은 한나라당 지구 운영위원장 부인 등 40여 명을 공관에 초청, 오찬간담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안다. 일찍이 역대 도지사 부인들은 그런 일이 없었던 좀 이상한 공관 모임이다. 난데없는 음향시설은 이런 생각을 갖게 한다. 모임에서 음향시설이 없어 도지사 부인이 불편을 느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 어떻든 도의 지방채 발행이 1천억원이나 되는 판에 3천100만원을 책정한 공관 음향시설비는 당치않다.
도청 담장을 취임도 하기 전에 개방 한답시고 허물더니 청사방호시스템 등과 관련해 책정한 6천400만원은 한 치 앞도 못내다 본 소모성 예산이다. 따지자면 어찌 이 뿐이겠는가, 시시콜콜하게 따진다고 해서도 안 된다. “헛 돈은 단 1원도 안 쓴다”는 자신의 말에 비추어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예산절감은 건전재정운용의 기본이다. 행정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다. 이런데도 자신만이 추구하는 특수가치인 것처럼 해보이는 연출은 난센스다. 이른바 예산절감에 중점을 두고 벌인다는 한류우드조성·광교신도시건설·백남준미술관건립·경기도미술관건립·영어마을운영·환경교육센터·도립직업학교 등의 도지사 감사 지시가 그러하다. 공연한 전임자 발목잡기로 보일 수도 있다. 파주 영어마을은 일본의 NHK 등 17개국 28개 언론사가 취재, 극찬했을 만큼 지대한 관심을 끈 프로젝트다.
그렇다고 불만이 있는 사업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백남준미술관건립 같은 게 그 예다. 그러나 이미 상당부문이 진척됐다. 지금 그만두면 그만두는 것이 좋지않은 상황이 됐다. 기왕 시작했으면 또 해두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걱정되는 것은 관료사회의 속성이다. 도지사 지시를 받고 감사에 나섰으면 필시 도지사 의중을 살펴 문제점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점 없는 정책은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일 지라도 일반적 문제점은 지닌다. 만약 도지사 지시에 따른 감사보고가 일반적 문제점을 치명적 문제점으로 과대포장된다면, 자치단체 사업의 연속성 훼손을 부단히 위협하는 김 지사의 독선이 또 무슨 돌출을 보일지 알 수 없다.
물론 연속성 사업에도 때론 보완의 필요성이 있음을 부인하진 않는다. 이런 선의에서라면 방법이 ‘취모멱자’(吹毛覓疵)의 감사 형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 말은 입으로 털을 불어가며 흠집을 찾는다는 것으로 남의 의도적 흠집 잡기를 경계하는 뜻이 담겼다. 손학규 전임 도지사가 자릴 뜬지 얼마 안 된다. 그는 자청하고 나선 민심탐방이지만 충북 보은군 마로광업소에서 탄가루를 뒤집어 쓴 채 고행하는 몰골이 말이 아니다. 김 지사의 감사지시는 이런 전임자에 대한 예우로 봐서도 차마 그럴 수 없는 것이다.
하긴, 타고난 성정이 과한 것 같긴 하다. 이 때문인지 모든 것을 챙기려고도 한다. 실학·평화축전은 최근의 사례다. 해마다 경기문화재단이 해온 이의 설명회를 김 지사가 직접하겠다고 뒤늦게 들고나서 일정이 지사 한 사람 때문에 바뀌고 말았다. 경기도의 모든 것은 도지사인 자신이 챙겨야 한다는 아집은 시스템을 파괴하는 독선이다. 독선은 충고를 거부한다. ‘나의 것은 로맨스고 남의 것은 스캔들’로 여기는 평소의 아집은 습관성 독선과 일치한다.
걱정인 것은 앞으로의 도정이다. 선거공약 중 말이 안 되는 공약까지 꿰맞추기 주문에 시달리는 도청 공무원들의 신음 소리가 안타깝다. 누군가가 말했다. “큰 청개구리 때문에 가뜩이나 시끄러운 판에 작은 청개구리까지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도민의 기대와는 달리 거꾸로 간다는 얘기일 것이다. 지역사회와 지역주민 위에 군림하는 청개구리 자세는 머슴을 자청한 취임 초 말과는 거리가 멀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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