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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5 (토)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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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배우고 익히는 맛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알려고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지식욕을 설명하고 있는 이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 나오는 구절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태어날 때부터 천성적으로 갖고 있는 것을 본능이라고 하는데, 사람에겐 식욕과 성욕과 더불어 이같은 지식욕도 갖고 있는 근원적인 욕구다. 인간사회를 현 수준까지 발전시킨 데는 지적인 욕구가 바탕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본능으로 분석하는 서양에 비해 동양의 사고는 상당히 훈계조다. ‘논어’ 학이편에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고 하며 군자삼락(君子三樂)에선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즐거움”이라며 스스로 배우는 기쁨을 누려보기를 권하고 있다.

내친 김에 교육에 대한 동서양의 개념을 조금 더 비교해보자. 교육을 영어로 표현하면 ‘Educare’이다. 이는 ‘밖으로’를 뜻하는 ‘e’와 ‘끌어 내다’를 의미하는 ‘ducare’의 합성어다. 그러므로 이를 합치면 교육은 ‘밖으로 끌어내는 것’, 즉 사람의 내면의 잠재능력을 밖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본다. 이에 비해 동양에선 사람이 추구해야 할 가치 있는 규범을 넣어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동양의 교육개념은 교육(敎育)이란 한자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교(敎)’는 ‘아버지가 아이의 종아리를 때리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육(育)’은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젖 먹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학교를 졸업하면 배움도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현상이 우리에게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곳곳에서 평생교육 의미와 중요성 등도 강조되고 있다. 이런 만큼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살펴보면 의외로 배움의 기회가 많다. 정보와 지식의 바다로 비유되는 인터넷은 훌륭한 학습도구이다. 신문은 어떤가?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꼼꼼하게 따져 읽고 생각하며 읽으면 그 맛이 새록새록 느껴지는 것이 바로 신문 읽기다.

하루에도 수십권이 넘게 발간되는 책도 배움의 보고다. 사실 학교 정규과정을 통해 습득하는 지식보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서적을 차근차근 읽음으로써 얻는 지식의 양이 더 많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뿐인가.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배울 수 있다. 옛말에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이중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운동도 배움이다. 필자는 요즈음 테니스를 익히는데 푹 빠져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겨울 추위도 마다하지 않고 동작 하나 하나를 배우고 있다. 필자보다 앞선 기능을 가진 사람들의 동작을 유심히 살펴 그대로 모방하려고 노력한다. 처음엔 무척 서툴다가도 꾸준히 익히면 그게 어느새 내것이 된다. 그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뇌와 근육은 사용할수록 건강하다고 한다.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뇌활동을 촉진시켜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배움의 도구들을 이용해 평생 배우는 맛을 느껴보자. 이렇게 배운 건 오늘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유익하게 될 것이다.

/박 유 찬 한국은행 경기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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